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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독서

소설 쓰기에서 가장 흔한 실수 4가지|존 가드너 『소설의 기술』

by 들꽃 2026. 7. 11.

 이 글은 존 가드너 『소설의 기술』 연재의 네 번째 글입니다. 앞선 글에서는 좋은 소설의 미학과 '꿈으로서의 소설', 재미와 진실, 그리고 메타픽션에 대한 존 가드너의 생각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창작 과정에서 초보 작가들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실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한다. 몇 장을 쓰다가 이야기가 막히기도 하고,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날은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원고를 통째로 지워 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나는 소설을 쓸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존 가드너는 『소설의 기술』에서 이러한 문제를 재능의 부족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초보 작가들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작품의 힘을 잃는다고 말한다. 좋은 소설을 쓰는 비결은 특별한 비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이야기 속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줄여 가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소설의 기술』 5장을 바탕으로 초보 작가들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네 가지 실수를 살펴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소설 쓰기 실수

① 문장에만 집착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문장을 쓰고 싶어 한다. 나 역시 마음에 드는 표현을 발견하면 메모해 두었다가 언젠가 작품 속에서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문장은 분명 소설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존 가드너는 문장이 이야기를 대신하는 순간 소설은 힘을 잃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초보 작가의 원고를 읽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표현은 아름답고 비유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몇 쪽을 읽고 나면 문장은 기억나지만 이야기는 떠오르지 않는다.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문장의 화려함이 아니라, 인물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선택을 하는가이다. 문장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건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독자는 조금씩 작품에서 멀어진다.

좋은 문장은 혼자 빛나지 않는다. 인물의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장면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며, 이야기를 앞으로 밀어줄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반대로 문장이 스스로를 드러내려 할수록 독자는 이야기보다 작가를 먼저 의식하게 된다. 그 순간 '소설이라는 꿈'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다.

소설은 문장 경연대회가 아니다. 독자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오래 기억하는 것은 멋진 수사가 아니라, 함께 웃고 울었던 한 사람의 삶이다. 그래서 좋은 작가는 문장을 위해 이야기를 희생하지 않는다. 문장을 다듬되, 언제나 이야기의 흐름을 먼저 살핀다.


②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초보 작가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독자를 너무 걱정하는 것이다. 혹시 이해하지 못할까 봐 인물의 감정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장면의 의미를 다시 풀어쓰며,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까지 친절하게 해설한다.

하지만 소설은 설명보다 경험의 예술에 가깝다.

예를 들어 "그는 몹시 외로웠다."라고 쓰는 대신, 하루 종일 휴대전화가 한 번도 울리지 않는 저녁을 보여 줄 수 있다. "그녀는 착한 사람이었다."라고 말하는 대신, 추운 겨울 길고양이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나누어 주는 장면을 그릴 수도 있다. 독자는 이런 장면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스스로 느끼고 해석한다.

존 가드너는 작가가 독자를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독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읽어 낸다. 모든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표정과 행동, 침묵과 선택 속에서 인물의 마음을 이해한다. 오히려 지나친 설명은 독자가 상상할 여백을 빼앗고, 이야기의 흐름을 느리게 만든다.

소설은 독자에게 답을 알려 주는 글이 아니다. 인물과 함께 걷고, 함께 고민하며, 함께 선택하게 만드는 글이다. 그래서 좋은 작가는 모든 것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순간에만 한 걸음 앞으로 나서고, 나머지는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믿고 기다린다.

그 믿음이 쌓일 때 독자는 비로소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그 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

 

③ 인물을 설명하려고만 한다

 소설을 읽고 난 뒤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사건보다 인물인 경우가 많다. 『죄와 벌』을 떠올리면 라스콜니코프가, 『데미안』을 떠올리면 싱클레어가 먼저 생각난다.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며 희미해질 수 있지만, 살아 있는 인물은 독자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그렇다면 어떤 인물이 살아 있는 인물일까?

존 가드너는 인물을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하는 순간 소설은 평면적이 된다고 말한다. 현실의 사람들은 누구나 모순을 품고 살아간다. 용감한 사람도 두려움을 느끼고, 친절한 사람도 실수를 저지른다. 바로 이런 모순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하지만 초보 작가들은 인물을 너무 쉽게 정의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착한 주인공', '나쁜 악역', '현명한 조력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모습만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인물은 사건을 따라 움직일 뿐,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지 못한다.

입체적인 인물은 갈등 앞에서 흔들린다. 자신의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독자는 인물을 이해하고, 어느새 그의 삶을 함께 살아가게 된다.

창작을 하다 보면 줄거리가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새로운 사건을 억지로 추가하기보다 인물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이 인물은 지금 무엇을 가장 원하고 있는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이 선택으로 무엇을 잃게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결국 좋은 소설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품이다.


④ 독자를 믿지 못한다

『소설의 기술』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가 마음에 남았다.

작가는 독자를 믿어야 한다.

이 말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원고를 쓰다 보면 "혹시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생긴다. 그래서 이미 보여 준 장면을 다시 설명하고, 인물의 감정을 해설하며, 장면의 의미까지 친절하게 덧붙인다.

그러나 바로 그 친절함이 소설의 힘을 약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서랍을 닫는 장면이 있다고 하자. 그 행동만으로도 독자는 사진 속 사람과의 관계를 상상하고,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말하지 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곧바로 "그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슬펐다."라는 설명이 이어진다면 독자가 상상할 공간은 사라지고 만다.

소설은 독자와 함께 완성하는 예술이다. 작가는 장면을 보여 주고, 독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더해 그 장면을 완성한다. 그래서 좋은 소설에는 언제나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은 부족해서 생긴 공간이 아니라, 독자를 믿기 때문에 남겨 둔 공간이다.

존 가드너는 뛰어난 문장보다 이러한 태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술은 연습으로 익힐 수 있지만, 독자를 존중하는 마음은 창작자의 철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좋은 소설은 모든 것을 말하는 작품이 아니다. 독자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뒤에서 기다려 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바로 그 신뢰가 독자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끄는 가장 큰 힘이 된다.

2. 창작자의 노트|실수를 줄이는 일이 결국 소설을 완성한다

『소설의 기술』 5장을 읽으며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좋은 소설이 특별한 재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좋은 소설은 자신의 실수를 발견하고 하나씩 고쳐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글을 쓰다 보면 늘 새로운 기법에 마음이 간다. 인상적인 첫 문장, 독자를 놀라게 하는 반전, 개성 있는 문체를 배우고 싶어진다. 하지만 원고를 다시 읽어 보면 문제는 의외로 다른 곳에 있었다. 설명이 너무 많고, 인물보다 작가의 목소리가 앞서며, 독자가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부족했던 것이다.

최근 장편동화 **『에아카오의 꿈』**을 수정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모이의 마음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감정을 설명하는 문장을 여러 곳에 넣었다. 그런데 원고를 다시 읽으며 설명을 줄이고 행동만 남겨 보았다. 오래된 운동화를 바라보며 잠시 손을 멈추는 장면, 누나의 말을 듣고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침묵만 남겼을 뿐인데 오히려 모이의 마음이 더 또렷하게 전해졌다.

**『로그아웃된 아이들』**을 쓰면서도 같은 고민을 했다. 아이들의 불안과 외로움을 직접 말하기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망설임, 짧은 대화 속에서 드러내려고 애썼다. 그 과정에서 존 가드너가 말한 '독자를 믿어야 한다'는 문장이 자주 떠올랐다.

좋은 소설은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인물이 살아가도록 두고, 독자가 그 삶을 함께 경험하도록 기다린다.

아마 좋은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차이는 실수를 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끝까지 외면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3. 마치며

『소설의 기술』 5장은 화려한 창작 기법을 소개하는 장이 아니다. 오히려 소설을 쓰는 사람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습관을 차분하게 돌아보게 하는 장이다.

문장에만 집착하는 일,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습관, 인물을 단순하게 만드는 방식, 독자를 믿지 못하는 태도. 존 가드너는 이러한 작은 실수들이 쌓일수록 독자는 소설이라는 세계에서 조금씩 깨어난다고 말한다.

결국 좋은 소설은 특별한 비법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문장을 다듬고, 불필요한 설명을 덜어 내며, 인물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독자가 스스로 발견할 여백을 남겨 두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창작을 하다 보면 종종 '더 무엇을 넣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장을 읽고 난 뒤에는 오히려 '무엇을 덜어 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때로는 덜어 낸 문장이 이야기를 더 선명하게 만들고, 비워 둔 여백이 인물의 마음을 더 깊이 전하기도 한다.

존 가드너는 좋은 소설을 '하나의 생생하고 지속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그 꿈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라 독자를 끝까지 믿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앞으로 원고를 수정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보려 한다.

"이 문장은 작가인 나를 위한 문장인가, 아니면 독자가 끝까지 이야기를 살아가도록 돕는 문장인가?"

이 질문을 잊지 않는 한, 소설은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자주 묻는 질문(FAQ)

Q. 초보 작가가 가장 많이 하는 소설 쓰기 실수는 무엇인가요?

문장에만 집착하거나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습관입니다.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해석할 여백을 남기는 것이 좋은 소설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Q. 좋은 소설은 문장이 중요한가요, 이야기 구조가 중요한가요?

둘 다 중요하지만 존 가드너는 문장이 이야기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좋은 문장은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Q.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요?

인물에게 모순과 갈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욕망과 두려움, 선택과 후회를 함께 지닌 인물이 독자에게 오래 기억됩니다.

Q. 퇴고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불필요한 설명이 없는지, 인물이 직접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 독자가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