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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2

뜨거움 속에서 익어 가는 것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도 여름 밭에서는 열매가 익어 간다.텃밭에는 토마토와 수박, 참외, 옥수수, 고추, 고구마를 비롯해 오이와 가지까지 심어 놓았다. 처음 모종을 심을 때만 해도 ‘이것을 언제 키워 먹나?’ 싶었는데, 두어 달이 지나자 잎 사이로 열매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초록 일색이던 밭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조금씩 번진다. 토마토가 붉어지고 참외가 노랗게 익는다. 수박은 처음부터 끝까지 푸른 얼굴이라 언제 속이 익었는지 겉만 봐서는 알기 어렵다.그런 열매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넉넉해진다.한낮에는 밭에 서 있기조차 힘들다. 이른 새벽에 잠시 풀을 뽑거나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해가 조금만 높이 떠도 얼른 그늘을 찾게 된다.그런데 식물들은 하루 종일 그 자리.. 2026. 9. 7.
나이가 들수록 책이 다르게 읽히는 이유/ 17살에 만난 데미안을 다시 읽으며 열 일곱살 한 문장이 가슴에 박혔다열일곱 살 때 처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다.그 나이에 내가 이 소설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작품이 품고 있는 철학이나 상징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싱클레어가 왜 그토록 흔들리는지, 데미안과 아브락사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온전히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그런데 한 문장만은 달랐다.“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그 문장이 가슴에 꽉 박혔다.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열일곱이라는 나이 자체가 하나의 알 속에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모와 학교가 만들어 놓은 익숙한 세계 안에서 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던 시절이었다.그때 나는 이 문장을 아주.. 2026.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