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쓰기7 동화의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할까|설명보다 궁금증을 남기는 첫 장면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건네는 법동화를 쓰면서 이상하게도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는 것은 첫 문장이다.초고에서는 별 어려움 없이 썼던 문장이 퇴고를 거듭할수록 자꾸 걸린다. 한 편의 이야기를 끝까지 쓴 뒤 처음으로 돌아오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이야기가 어디를 향하는지 알고 나서야 비로소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그래서 요즘은 첫 문장이 정말 ‘처음’에 쓰이는 문장일까 생각한다. 원고의 맨 앞에 놓이는 문장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작가에게 첫 문장은 가장 나중에 발견되는 문장인지도 모른다.나 역시 요즘 한 편의 동화를 여러 차례 고치고 있다. 공모전에 보낼 작품이라 여기에서 작품의 내용이나 문장을 옮길 수는 없지만, 첫 장면을 고치는 동안 한 가지 질문에서 오래 벗.. 2026. 10. 7. 동화에서 설명은 어디까지 해야 할까|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장면 만들기 동화를 쓰다 보면 나는 자꾸 친절해진다. 아니, 친절해진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왜 화가 났는지, 왜 갑자기 입을 다물었는지, 왜 돌아서면서도 한 번 더 뒤를 보았는지 설명을 붙인다. 어린이가 읽는 글이니 이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초고를 쓸 때는 그런 문장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이미 인물의 마음과 사건의 앞뒤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고를 며칠 묵혀 두었다가 다시 읽을 때 생긴다.‘내가 이 말을 앞에서도 하지 않았나?’대사에서 이미 드러난 마음을 다음 문장에서 또 설명하고, 행동으로 보여준 감정을 작가가 다시 이름 붙여 놓은 곳이 보인다. 그 문장을 지워 본다. 이상하게도 뜻이 모호해지는 것이 아니라 장면이 더 선명해질 때가 있다.그렇다고 설명을 모두 지우.. 2026. 9. 29. 동화를 1인칭으로 바꾸면 무엇이 달라질까|‘유진은’ 을 ‘ 나는’으로 고치기 전에 동화를 쓰다가 시점을 바꾸고 싶어질 때가 있다.처음에는 ‘유진은 학교에서 돌아왔다’라고 썼는데, 몇 장을 쓰고 나니 자꾸 인물과 거리가 느껴진다.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여 주고 싶어진다.그래서 문장을 바꿔 본다.‘유진은 문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이 문장을,‘나는 문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로 고친다.처음에는 이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이름을 ‘나’로 바꾸고, ‘유진의’를 ‘나의’로 바꾸면 3인칭 원고가 1인칭 원고가 될 것처럼 보인다.그런데 몇 쪽만 고쳐 봐도 문제가 생긴다.문법적으로는 1인칭인데 여전히 누군가가 유진을 바깥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그때 알게 된다.시점을 바꾼다는 것은 주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이야기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는 일이.. 2026. 9. 24. 동화의 소재는 어디에서 찾을까|평범한 일상이 이야기가 되는 순간 동화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소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뭔가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 이야기가 될 것 같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소재를 찾아야 좋은 동화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이야기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그런데 몇 편의 동화를 쓰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쓴 이야기의 시작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도서관에서 만난 아이, 마을에서 스쳐 지나간 풍경, 누군가 무심코 한 말, 가족과 나눈 대화처럼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이었다.그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이상하게 며칠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지금은 그런 순간을 만나면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어쩌면 동화의 소재는 특별한 사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그냥 지나치.. 2026. 9. 6. 실제 아이를 동화 속 인물로 써도 될까|「버나 소녀」를 수정하며 배운 것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한 여자아이를 만났다.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였다. 사춘기가 조금 일찍 찾아왔고, 그 시기를 꽤 힘겹게 지나고 있었다.할머니와 자주 부딪쳤다. 손녀를 걱정하고 보호하려는 할머니의 마음이 지나칠 때도 있었다. 친구 관계에까지 할머니가 개입하면서 아이는 또래 관계에서도 조금씩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가족 사정도 복잡했다. 부모와 떨어져 조부모와 생활하면서 아이는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 마음을 감당하고 있었다.그 아이를 지켜볼 때면 마음이 쓰였다.그런데 그 아이에게는 아주 잘하는 것이 있었다.버나였다.버나를 무척 잘 돌렸고, 마을 축제나 대회에 나가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큼 잘했다.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힘든 일이 많은 아이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만큼은 스스로 자랑스.. 2026. 9. 5. 동화 주인공은 왜 두 형제에서 한 아이가 되었을까|인물을 줄이며 알게 된 것 동화를 처음 구상할 때는 인물이 많으면 이야기도 풍성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엄마 세 번 바꿔봤습니다만」도 처음에는 지금과 달랐다. 주인공은 한 아이가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두 형제였다.두 아이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로봇 엄마를 만나면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았다.하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두 아이를 등장시키는 것과 두 아이를 모두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두 명을 주인공으로 만들면 이야기가 풍성해질 줄 알았다처음 두 형제를 설정했을 때는 장점이 많아 보였다.같은 일을 겪어도 형과 동생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한 아이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두 아이가 부딪치고 의논하.. 2026. 9. 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