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창작6 조해진 『빛의 호위』②|기억은 어떻게 한 사람을 끝까지 살게 하는가 들어가는 말|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는가내가 조해진의 『빛의 호위』를 처음 읽을 접하게 된 것은 문예창작학과 편입하면서 교재로 나왔던 책이었다. 60살이 되면서 하던 일을 정리하게 되니 시간 재벌이 되어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까? 고민하다 문예창작학과에 편입을 하여 공부하게 되었다 그때 현대소설 분석과 창작기법이라는 과목을 공부하며 만나게 책이었다. 그때는 한 권 한 권이 한 편의 여행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빛의 호위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낯선 사람을 만나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길을 걷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품을 덮고 나면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도시도, 여행도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다.표제작 「빛의 호위」의 중심에는 알마 마이어라는 실존 인물이.. 2026. 7. 28. 조해진 빛의 호위|사람은 어떻게 서로의 삶을 비추는가 들어가는 말 /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기억하며 살아간다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삶은 정말 혼자만의 것일까. 우리는 흔히 인생을 자신의 선택과 경험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조해진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의 작은 친절을 오래 기억하고, 오래전 스쳐 지나간 한 사람의 말 한마디를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또 다른 사람의 삶에 작은 흔적을 남긴다.그래서 조해진 작가의 소설에는 영웅이 없다. 세상을 뒤집는 거대한 사건도 없다. 대신 이름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 때로는 아주 조용하게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해 주는 순간들이 있다. 그 조용한 연결이 모여 한 편.. 2026. 7. 25. 줌파 라히리 『길들지 않은 땅』|좋은 소설은 어떻게 살아 있는 인물을 만드는가 소설을 읽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줄거리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는데, 어떤 인물은 오래 남습니다. 실제로 만났던 사람처럼 그의 표정이 떠오르고, 말투가 기억나고, 그 사람이 했던 선택이 문득 생각납니다.왜 그럴까요.좋은 소설은 사건보다 먼저 사람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줌파 라히리의 「길들지 않은 땅」 역시 그렇습니다. 작품에는 극적인 사건도, 반전도 없습니다. 아내를 잃은 아버지가 딸 루마의 집에서 며칠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만 옮겨 적는다면 몇 줄이면 끝날지도 모릅니다.그런데 작품을 덮고 나면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두 사람입니다. 아버지의 침묵과 루마의 망설임, 서로를 아끼면서도 끝내 가까워지지 못하는 거리감은 오래 마음에 머뭅니다. 독자는 그들의 삶을 모.. 2026. 7. 21. 켄 리우 『종이 동물원』 거대한 세계는 어떻게 종이 한 장 안으로 접히는가 좋은 소설은 거대한 이야기를 크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작은 이야기 속에 거대한 세계를 접어 넣는다. 전쟁은 한 사람의 상처로, 시대는 한 가족의 식탁으로, 역사는 아이와 엄마의 대화로 모습을 바꾼다. 독자는 한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읽고 있는데도 어느새 한 시대의 아픔과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겉으로 보면 이 소설은 엄마가 종이 동물을 접어 아들과 놀아 주는 이야기다. 사건도 크지 않고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단순히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읽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이민과 언어, 정체성과 차별,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라는 거대한 질문들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켄 리우는 .. 2026. 7. 19. 레이먼드 카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사건은 어떻게 관계를 바꾸고 하나의 서사가 되는가 우리는 흔히 소설은 사건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살인이나 사고, 사랑과 이별처럼 특별한 일이 벌어져야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줄거리를 이야기할 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부터 설명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좋은 소설은 사건을 기록하는 장르가 아니라, 사건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흔드는가를 탐구하는 장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는 이를 가장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만 요약하면 단순하다. 여덟 살 생일을 맞은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끝내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작품을 덮고 난 뒤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사고 장면도, 죽음의 순간도 아니다. 한밤중 제과점에서 갓 구운 빵.. 2026. 7. 19. 존 가드너 『소설의 기술』 3부|메타픽션과 해체주의를 비판한 이유 1. 메타픽션은 왜 독자를 소설 밖으로 끌어내는가20세기 후반 문학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현실을 충실히 재현하던 전통적인 소설에서 벗어나, 소설 자체를 의심하고 언어와 형식을 실험하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메타픽션과 해체주의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았고, 오늘날에도 문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이다.하지만 존 가드너는 『소설의 기술』에서 이러한 흐름을 비교적 단호하게 비판한다. 얼핏 보면 그는 새로운 문학을 거부하는 보수적인 작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읽어 보면 그의 문제의식은 형식 자체가 아니라 독자가 소설을 경험하는 방식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가드너는 소설을 '하나의 꿈'이라고 설명한다. 독자는 책을 .. 2026. 7.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