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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독서

신영복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을 읽으며|사랑도 경작되는 것이라는 말

by 들꽃 2022. 1. 27.

 

 

 

 

 

신영복의 《옥중서신》을 읽다가 문득 책장을 덮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도입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랑은 경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다.

“생활의 결과로써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나는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날 문득 생겨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좋아하게 되면 사랑이고, 마음이 생기면 사랑인 줄 알았다.

그런데 ‘경작’이라니.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랑도 결국 가꾸는 일이었다

‘경작(耕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낯설지 않은 말이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때를 기다리며 돌보는 일.

한 번 씨를 뿌린다고 바로 열매가 맺히는 것은 아니다.

비가 너무 와도 걱정이고, 햇볕이 부족해도 걱정이다. 때로는 풀도 뽑아야 하고, 병충해도 견뎌야 한다.

그 시간을 지나서야 비로소 무언가 맺힌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사랑도 다르지 않았다.

관계도 그렇고,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자라는 것이었다.

말 한마디, 기다림 하나, 이해하려는 마음, 사소한 배려들이 차곡차곡 쌓여 사랑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농부의 마음으로 사랑을 가꾸기

봄이면 농부는 씨를 뿌린다.

당장 열매를 보지 못해도 믿고 기다린다.

물을 주고, 들여다보고, 잡초를 뽑으며 시간을 견딘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도, 관계도, 삶도.

조급해하지 않고 농부의 마음으로 경작해 가야겠다고.

싹이 잘 나기를 바라고, 무사히 자라기를 바라며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문득 돌아보니 나는 너무 쉽게 서운해하고, 너무 빨리 결과를 바라왔는지도 모르겠다.

신영복의 한 문장이 그런 나를 잠시 멈춰 세웠다.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내며 가꾸어 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오늘은 내 마음에도 작은 씨앗 하나를 다시 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