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은 문장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무엇을 더해야 할까. 화려한 표현일까, 어려운 단어일까, 아니면 독자를 놀라게 하는 비유일까.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한다. 하지만 김훈의 문장을 읽다 보면 정반대의 답을 만나게 된다. 좋은 문장은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를 아는 문장이라는 사실이다.
김훈의 소설과 산문에는 불필요한 말이 거의 없다. 감정을 크게 설명하지도 않고, 화려한 수식어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문장은 오래 남는다. 짧고 단단한 문장 하나가 독자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울린다. 이것이 바로 많은 독자가 김훈의 문장을 '아름답다'기보다 '묵직하다'라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대표작 『칼의 노래』를 읽으면 이런 특징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훈은 이순신의 영웅적인 면모를 과장하기보다, 한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고독과 책임을 담담하게 그려 낸다. 절제된 문장은 오히려 더 큰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감정을 대신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는 그 빈자리를 자신의 경험과 감정으로 채우게 된다.
이런 문장을 읽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독자를 움직이는 것은 많은 말이 아니라 정확한 말이라는 것이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열 문장을 덜어내는 용기, 바로 그 절제가 김훈 문장의 힘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이것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더하고 있는가, 아니면 덜어내고 있는가?"
좋은 문장은 처음부터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번 읽고, 여러 번 지우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선명해진다. 김훈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화려한 문체가 아니라, 끝까지 다듬어진 문장의 무게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읽는 순간보다 책을 덮은 뒤 더 오래 남는다.

2.『칼의 노래』에서 『자전거 여행』까지, 김훈 문장의 힘
김훈의 문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역시 **『칼의 노래』**다. 많은 독자는 이 작품을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로 기억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오히려 한 인간의 고독과 책임감이 더 오래 남는다. 김훈은 영웅을 영웅답게 꾸미기보다, 두려움과 침묵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했던 한 사람을 담담하게 그려 낸다. 그래서 독자는 역사적 인물보다 살아 있는 인간 이순신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는 문장이다. 슬픔을 "슬프다"라고 말하기보다 침묵과 행동, 풍경을 통해 보여 준다. 독자는 그 여백을 스스로 채우며 인물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말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감정을 전하는 것, 이것이 김훈 문장의 가장 큰 힘이다.
이러한 문체는 **『남한산성』**에서도 이어진다. 병자호란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지만, 김훈은 역사적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인물들의 대화와 선택을 통해 시대의 긴장감을 보여 준다. 특히 척화와 화친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두려움이 부딪히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독자는 사건보다 인물들의 목소리를 오래 기억하게 된다.
소설뿐만 아니라 산문집 **『자전거 여행』**을 읽어 보면 김훈 문장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그는 거창한 풍경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길가의 풀 한 포기, 오래된 다리, 작은 마을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시간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문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사물을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깊이가 있다. 그래서 그의 산문은 여행기를 읽는 느낌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배우는 경험에 가깝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김훈은 독자를 감동시키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정확한 단어를 고르고, 불필요한 설명을 덜어 내며, 독자가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아마 그래서 그의 문장은 읽는 순간보다 책을 덮은 뒤 더 오래 마음속에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3. 김훈에게서 배우는 문장의 힘
김훈의 작품을 읽고 나면 한 가지 질문이 오래 남는다.
"나는 문장을 더하고 있는가, 아니면 덜어내고 있는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더 많이 알려 주고 싶어진다. 감정을 설명하고, 상황을 자세히 풀어쓰고, 혹시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같은 말을 다른 표현으로 반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훈의 문장은 정반대의 길을 보여 준다. 좋은 문장은 많이 말하는 문장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만 남긴 문장이라는 것이다.
『칼의 노래』에서는 절제가 인물의 깊이를 만들고, 『남한산성』에서는 대화가 시대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작은 풍경 하나도 오래 바라보는 시선이 문장이 된다. 서로 다른 작품이지만 모두 같은 사실을 말해 준다. 문장은 기교보다 시선에서 시작된다. 무엇을 보았는지보다 어떻게 바라보았는지가 문장의 품격을 결정한다.
그래서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 먼저 더 많이 꾸미는 연습보다 더 많이 지우는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 문장을 고치기 위해 열 문장을 다시 읽고, 한 단어를 남기기 위해 여러 단어를 지우는 시간. 그 지난한 퇴고의 과정이 결국 한 사람만의 문체를 만든다.
창작자의 노트
동화를 쓰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덜어내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설명이 많을수록 독자가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를 여러 번 고치다 보니, 오히려 한 문장을 지웠을 때 이야기가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김훈의 작품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좋은 문장은 화려한 표현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남겨야 할 한 문장을 찾는 과정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말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김훈처럼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문체는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김훈에게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묻는 태도만큼은 오래 배우고 싶습니다.
좋은 문장은 결국 잘 쓰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고쳐 쓰는 사람이 만든다. 김훈의 문장이 오래 남는 이유도 바로 그 치열한 절제와 퇴고의 시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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