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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독서

작가는 왜 첫 문장을 가장 늦게 쓸까

by 들꽃 2026. 7. 14.

첫 문장을 고민하며 원고를 수정하는 작가의 작업 공간. 원고지와 만년필, 노트북이 놓인 책상 위에서 첫 문장을 비워 둔 채 퇴고하는 창작 과정을 표현한 이미지.

소설은 첫 문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1. 첫 문장은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다

많은 사람들은 소설이 첫 문장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작가도 첫 줄을 쓰고, 그다음 문장을 이어 가며 한 권의 소설을 완성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작가들은 첫 문장을 가장 늦게 완성한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다. 첫 문장이 있어야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막상 소설을 써 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물의 성격이 달라지고, 주제가 조금씩 선명해지며, 결말마저 처음 계획과 달라지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첫 문장이 끝까지 가서는 더 이상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존 가드너도 『소설의 기술』에서 좋은 소설은 독자를 하나의 '꿈' 속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첫 문장은 그 꿈의 입구가 된다. 하지만 입구는 집이 완성된 뒤에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양을 찾을 수 있다. 아직 어떤 집이 지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현관부터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인터뷰에서 원고를 여러 번 고쳐 쓰는 과정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첫 문장은 처음 떠오른 문장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리듬을 가장 잘 담아내는 문장이 될 때까지 다듬어진다. 첫 문장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문장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숨결을 가장 먼저 들려주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작가들은 첫 문장을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인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작품이 독자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를 끝까지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첫 문장을 완성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여행을 다녀온 뒤에야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가장 재미있을까?"를 고민한다. 소설도 비슷하다. 이야기를 모두 지나온 작가는 그제야 독자를 어디에서 만나야 할지 알게 된다. 그래서 소설은 첫 문장에서 시작되는 것 같지만, 좋은 첫 문장은 사실 작품의 마지막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2. 좋은 첫 문장은 작품이 완성된 뒤에 비로소 보인다

 첫 문장은 독자가 가장 먼저 읽는 문장이지만, 작가에게는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문장인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야기가 끝나야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존 가드너는 『소설의 기술』에서 좋은 소설은 독자를 하나의 '꿈' 속으로 이끄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독자가 그 꿈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첫 문장은 작품의 분위기와 리듬을 자연스럽게 열어 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첫 문장은 처음 떠오른 문장보다, 작품 전체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문장이어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는 한 번 쓴 원고를 여러 차례 고쳐 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쓰지만, 작품이 완성된 뒤에는 문장 하나하나의 리듬을 다시 다듬는다. 『노르웨이의 숲』의 첫 문장도 단순히 비행기 안의 장면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비틀즈의 **〈Norwegian Wood〉**가 흐르는 순간, 서른일곱 살의 화자는 열여덟 살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첫 문장은 현재와 과거를 잇는 다리가 되고, 독자는 그 다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

스티븐 킹도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첫 문장이 아니라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초고를 쓰는 동안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하고, 퇴고 과정에서 비로소 첫 문장을 포함한 작품 전체를 다듬는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첫 문장은 영감의 산물이기보다 퇴고의 결과인 셈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좋은 첫 문장은 처음 쓰는 문장이 아니라,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문장이라는 점이다. 이야기를 모두 지나온 작가만이 독자를 어디에서 만나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3. 좋은 첫 문장을 쓰고 싶다면 먼저 끝까지 써 보자

글을 쓰다 보면 첫 문장 앞에서 한참을 머무를 때가 있다. 첫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이고 고쳐 쓰다가 결국 원고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은 오히려 그 반대를 권한다. 첫 문장을 붙잡고 있기보다, 우선 끝까지 쓰라는 것이다.

이야기가 완성되면 인물은 처음과 달라져 있고, 작품이 말하고 싶은 주제도 훨씬 선명해져 있다. 그때 비로소 독자를 어디에서 만나야 가장 자연스러운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좋은 첫 문장은 영감으로 탄생하기보다, 퇴고 과정에서 조금씩 다듬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원고를 쓰다 보면 첫 문장을 여러 번 바꾸곤 한다.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였던 문장이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써 내려간 문장이 작품을 모두 완성한 뒤에는 가장 잘 어울리는 첫 문장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첫 문장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문장이 아니라, 이야기를 가장 잘 이해한 뒤에 선택하는 문장인지도 모른다.

첫 문장은 독자를 놀라게 하는 문장이 아니라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드는 문장이다. 그리고 그 문장은 원고의 첫 줄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뒤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작가들은 첫 문장을 가장 늦게 완성한다.


창작자의 노트

예전에는 첫 문장을 완성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를 쓰다 보니 오히려 이야기가 끝난 뒤에야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좋은 첫 문장은 가장 먼저 쓰는 문장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가장 잘 이해한 뒤에 선택하는 문장이라는 사실을 많은 작가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첫 문장 앞에서 멈춰 있다면, 잠시 내려놓고 끝까지 써 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가장 좋은 첫 문장은 마지막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