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4 김애란 『바깥은 여름』|〈입동〉은 왜 집 안에서 상실을 바라보는가 들어가는 말 / 아이를 잃은 뒤에도 집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김애란의 단편소설 **〈입동〉**은 "자정 넘어 아내가 도배를 하자 했다."라는 뜻밖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라면 독자는 비극적인 사건이나 절망의 순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김애란은 가장 평범한 생활의 한 장면을 내세운다. '도배를 하자'는 말은 집을 새롭게 꾸미자는 제안처럼 들리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것은 아이를 잃은 뒤 더 이상 이전과 같을 수 없는 집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으로 바뀐다.〈입동〉은 사고 자체를 재현하는 소설이 아니다. 이미 지나간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같은 집 안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과정을 조용히 따라간다. 그래서 이 작품의 중심에는 아이의 죽음보다 집.. 2026. 7. 20. 켄 리우 『종이 동물원』 거대한 세계는 어떻게 종이 한 장 안으로 접히는가 좋은 소설은 거대한 이야기를 크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작은 이야기 속에 거대한 세계를 접어 넣는다. 전쟁은 한 사람의 상처로, 시대는 한 가족의 식탁으로, 역사는 아이와 엄마의 대화로 모습을 바꾼다. 독자는 한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읽고 있는데도 어느새 한 시대의 아픔과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겉으로 보면 이 소설은 엄마가 종이 동물을 접어 아들과 놀아 주는 이야기다. 사건도 크지 않고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단순히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읽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이민과 언어, 정체성과 차별,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라는 거대한 질문들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켄 리우는 .. 2026. 7. 19.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밤은 왜 작가의 스승이 되는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문장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을 품는다. 표현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고, 독자의 마음을 단번에 움직이는 문장을 만나고 싶어진다. 그래서 글쓰기 책을 찾고,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을 따라 써 보기도 한다.그런데 문장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좋은 문장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같은 풍경을 보아도 누구는 지나치고, 누구는 오래 바라본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누구는 금세 잊고, 누구는 마음속에서 천천히 익혀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낸다. 결국 문장의 차이는 글쓰기 기술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는 바로 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책도 아니고, 창작의 비법을 .. 2026. 7. 18. 날마다 멋진 하루|작은 일상이 특별해지는 그림책 가끔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마음이 환해지는 날이 있다.아침 햇살이 좋거나, 따뜻한 차 한 잔이 유난히 맛있거나, 별것 아닌 대화에 괜히 웃음이 나는 날 말이다.신시아 라이런트의 그림책 《날마다 멋진 하루》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지나치고 사는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특별한 사건 없이도 좋은 하루이 그림책에는 대단한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16666666666ㅅㅅㅎ65누군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커다란 모험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그저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조용히 흐른다.산책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창밖을 바라보고,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순간들.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잔잔해진다.‘그래, 이런 날도 참 좋았지.’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 2026. 6.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