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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7

김훈 작가의 문장은 왜 오래 남을까 / 좋은 문장은 무엇을 덜어낼지 안다 1. 좋은 문장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무엇을 더해야 할까. 화려한 표현일까, 어려운 단어일까, 아니면 독자를 놀라게 하는 비유일까.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한다. 하지만 김훈의 문장을 읽다 보면 정반대의 답을 만나게 된다. 좋은 문장은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를 아는 문장이라는 사실이다.김훈의 소설과 산문에는 불필요한 말이 거의 없다. 감정을 크게 설명하지도 않고, 화려한 수식어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문장은 오래 남는다. 짧고 단단한 문장 하나가 독자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울린다. 이것이 바로 많은 독자가 김훈의 문장을 '아름답다'기보다 '묵직하다'라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대표작 『칼의 노래』를 읽으면 이런 특.. 2026. 7. 16.
왜 어떤 주인공은 평생 잊히지 않을까|좋은 소설 속 인물의 비밀 1. 우리는 줄거리보다 사람을 기억한다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의 줄거리를 모두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사건의 순서도 흐릿해지고, 결말마저 가물가물해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주인공이다.누군가는 『어린 왕자』를 떠올리면 금발 소년의 순수한 눈빛이 먼저 생각나고, 『데미안』을 읽은 사람은 여전히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기억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덮은 뒤에도 독자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것은 줄거리보다 영혜라는 인물이다. 작품은 끝났지만 인물은 독자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왜 어떤 주인공은 평생 잊히지 않을까. 좋은 소설은 사건이 특별해서 오래 남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 있기 때문에 오래 남는다. 독자는 사건을 따라 책장을 넘기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 2026. 7. 15.
작가는 왜 첫 문장을 가장 늦게 쓸까 소설은 첫 문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1. 첫 문장은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다많은 사람들은 소설이 첫 문장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작가도 첫 줄을 쓰고, 그다음 문장을 이어 가며 한 권의 소설을 완성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작가들은 첫 문장을 가장 늦게 완성한다.처음에는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다. 첫 문장이 있어야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막상 소설을 써 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물의 성격이 달라지고, 주제가 조금씩 선명해지며, 결말마저 처음 계획과 달라지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첫 문장이 끝까지 가서는 더 이상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존 가드너도 『소설의 기술』에서 좋은 소설은 독자를 하나의 .. 2026. 7. 14.
소설 쓰기에서 가장 흔한 실수 4가지|존 가드너 『소설의 기술』 이 글은 존 가드너 『소설의 기술』 연재의 네 번째 글입니다. 앞선 글에서는 좋은 소설의 미학과 '꿈으로서의 소설', 재미와 진실, 그리고 메타픽션에 대한 존 가드너의 생각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창작 과정에서 초보 작가들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실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한다. 몇 장을 쓰다가 이야기가 막히기도 하고,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날은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원고를 통째로 지워 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나는 소설을 쓸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하지만 존 가드너는 『소설의 기술』에서 이러한 문제를 재능의 부족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초보.. 2026. 7. 11.
존 가드너 『소설의 기술』 3부|메타픽션과 해체주의를 비판한 이유 1. 메타픽션은 왜 독자를 소설 밖으로 끌어내는가20세기 후반 문학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현실을 충실히 재현하던 전통적인 소설에서 벗어나, 소설 자체를 의심하고 언어와 형식을 실험하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메타픽션과 해체주의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았고, 오늘날에도 문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이다.하지만 존 가드너는 『소설의 기술』에서 이러한 흐름을 비교적 단호하게 비판한다. 얼핏 보면 그는 새로운 문학을 거부하는 보수적인 작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읽어 보면 그의 문제의식은 형식 자체가 아니라 독자가 소설을 경험하는 방식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가드너는 소설을 '하나의 꿈'이라고 설명한다. 독자는 책을 .. 2026. 7. 11.
존 가드너 『소설의 기술』 1부|좋은 소설은 어떻게 독자를 꿈꾸게 하는가 좋은 소설은 무엇으로 독자를 끝까지 붙잡을까. 흥미로운 사건일까, 아름다운 문장일까, 아니면 개성 있는 캐릭터일까. 미국의 소설가이자 문학 이론가인 존 가드너는 『소설의 기술(The Art of Fiction)』에서 이 질문에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 그는 소설을 읽는 경험을 하나의 '생생하고 끊김 없는 가상의 꿈(Vivid and Continuous Fictional Dream)'이라고 정의한다. 독자는 활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 세계를 실제처럼 경험해야 하며, 그 꿈이 깨지는 순간 소설의 마법도 끝난다는 것이다.이 개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소설의 기술』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이며, 이후 등장하는 문체, 디테일, 플롯, 캐릭터, 시점, 퇴고에 관한 모든 설명의 출발점이다. 이번 글.. 2026.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