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사유17 봄나물 뜯으며 나를 만난다 봄이 오면 괜히 설렌다봄이 되면 괜히 마음이 설렌다.마치 봄처녀라도 된 듯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밭둑이며 산기슭이며 눈길이 바빠진다.오십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연의 풀들이 먹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어릴 적 쑥과 냉이를 캐 본 기억은 있다. 하지만 들과 산에 자라는 많은 풀들이 먹을 수 있다는 건 책에서나 본 이야기였다.실제로 뜯어 먹어 본 적은 거의 없었다.시골에 살아도 쑥과 냉이, 조금 더 나가면 뽕잎 정도가 내가 아는 나물의 전부였다.그러다 십여 년 전, 본격적으로 귀농을 하면서 봄이 달라졌다.봄이면 나물을 뜯겠다며 산으로 오르고, 들녘에 쪼그리고 앉아 하나하나 뜯는 재미에 빠졌다.지금 생각하면 봄이 기다려지는 첫 번째 이유는 아마 이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2022. 5. 7. 쑥 한 줌이 알려준 것들 봄나물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제법 쌀쌀한 이른 봄이다. 그래도 마당과 밭둑을 한 바퀴 둘러보면 봄은 이미 먼저 와 있다.냉이는 어느새 뿌리가 억세지고 꽃까지 피우기 시작했다. 조금 늦은 셈이다. 대신 지금은 씀바귀가 딱 맛있을 때다. 쌉싸름한 맛이 올라오고, 갓난아이 손바닥처럼 작은 머위가 얼굴을 내민다. 향긋한 달래와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한 땅두릅까지.작은 텃밭과 밭둑, 뒷산 어귀를 잠시만 둘러봐도 먹을거리가 지천이다.시골생활 중 가장 바쁘고도 행복한 계절. 봄나물들의 축제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내가 할 일이라고는 이 녀석들과 봄 인사를 나누며 적당히 뜯고, 적당히 남겨 두는 일이다. 어느 자리에 무엇이 올라오는지 머릿속에 나물 지도를 그려 두고, 언제쯤 다시 뜯으면 좋을지 슬며시.. 2022. 3. 25. 아버지, 힘내세요|아흔다섯 아버지의 우울 앞에서 아버지가 우울해하셨다.거실 소파에 앉아 벽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계시다가, 어느새 담요를 덮고 잠이 드시곤 했다.원래 아버지 거실에는 늘 TV 소리가 있었다.조금 시끄럽고 투박해 보이는 프로레슬링이 하루 종일 나오곤 했다. 마음속으로는 ‘좀 끄시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많았다.그런데 어느 날부터 TV도 켜지지 않았다.불도 제대로 켜지 않은 거실에 조용히 앉아 계신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을 아프게 했다.“아버지, 왜 TV 안 보세요?”한참 뜸을 들이시던 아버지가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아무래도 내가 올해는 못 넘길 것 같아. 자신이 없구나.”순간 마음이 철렁했다.요즘은 백세시대라고, 아직 한참 더 사실 거라고 가볍게 웃으며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그해 아버지는 아흔다섯이셨다.평생 가족을 지.. 2022. 2. 26. 신영복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을 읽으며|사랑도 경작되는 것이라는 말 신영복의 《옥중서신》을 읽다가 문득 책장을 덮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도입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사랑은 경작하는 것이다.”그리고 이어진다.“생활의 결과로써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그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나는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날 문득 생겨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좋아하게 되면 사랑이고, 마음이 생기면 사랑인 줄 알았다.그런데 ‘경작’이라니.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사랑도 결국 가꾸는 일이었다‘경작(耕作).’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낯설지 않은 말이다.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때를 기다리며 돌보는 일.한 번 씨를 뿌린다고 바로 열매가 맺히는 것은 아니다.비가 너무 와도 걱정이고, 햇볕이 부족해도 걱정이.. 2022. 1. 27. 시간이 흐르면 시간이 흐르면 이자멜 미툐스 마르틴스 글마달레나 마토소 그림그림책 공작소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의 변화를 담은 책이다.지금 당장 보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도 사물도식물도 동물도시간이 흐르면 변화하는 여러가지들을 나열하며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이야기한다 모든것이 지나가도 어떤 것들은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다. 마지막 장에" 하지만 어떤 친구들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변함없이 항상 곁에 있어"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둘러 앉아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는 평온하면서 다정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가족의 사랑, 건강, 이러한 것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2022. 1. 26. 첫 번째 질문 " 첫 번째 질문"오시다 히로시글,이세 히데코 그림, 김소연 옮김 천개의 바람이 그림책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질문들로 가득하다. 표지에 한 아이가 노란 장화를 신고 웅덩이 위에 서 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이 웅덩이에 비치니 마치 아이가 구름을 밟고 서 있는 것 같아 신비로운 느낌이다.책을 넘기면 첫 행 부터 마음에 걸린다. 오늘 하늘을 보았나요? 하늘은 멀었나요? 가까웠나요? 그럼 오늘 내가 하늘을 보았나 생각하게 된다 하늘 본 지 까마득하다는 걸 알게된다.바람은 어떤 냄새 인지?침묵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이렇게 첫 번째 질문에 나오는 질문들은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해야 답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으며 공을 들여야 대답 할 수 있는 질문이다.시간을 내어 질문과 마주하여.. 2022. 1. 2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