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기 시작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노트에 필사하며 읽고 있다.
공감의 공간에서 시작되는 공부
첫 장의 제목은 「가장 먼 여행」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이 강의가 사람과 삶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고민해 온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이기에 강의실이 공감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특히 함께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강조한다. 교재를 낭독하고 모두가 조용히 듣는 시간은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공감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공부란 천지와 사람을 연결하는 것
첫 시간의 주제는 공부다.
공부(工夫)의 ’공(工)’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뜻을 가지고 있고, ’부(夫)’는 그 연결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공부란 세상과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살아가는 것 자체라고 말한다.
옛사람들은 공부를 구도(求道)라고 했다. 길을 찾는 과정이며 때로는 고생과 방황, 성찰을 통해 자신을 깨닫는 여정이다.
달팽이도 공부한다
신영복 선생님은 공부하지 않는 생명은 없다고 말한다.
달팽이조차 폭풍우와 비바람을 견디며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알아간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공부는 인간만의 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 읽기의 목적은 미래를 만드는 것
신영복 선생님은 공부의 시작을 고전에서 찾는다.
고전은 인류가 남긴 지적 유산이며 역사와 대화하는 통로다. 하지만 고전 공부의 목적은 과거를 배우는 데 머물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있다.
그는 고전 읽기를 삼독(三讀)이라 말한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저자를 읽고,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읽는 것이다.
결국 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읽는 과정이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가장 먼 여행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가운데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다.”
이 문장은 『담론』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다.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다. 낡은 생각과 굳어진 인식의 틀을 깨뜨리는 일이다.
니체가 말한 “철학은 망치로 한다”는 표현처럼 공부는 익숙한 생각을 흔들고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하는 과정이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
하지만 여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영복 선생님은 또 하나의 먼 여행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바로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다.
발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가슴으로 느낀 공감과 사랑을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진정한 공부는 변화와 창조로 이어져야 한다.
나는 어떤 공부를 하며 살아왔을까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공부를 하며 살아왔을까?
머리에 든 지식은 많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가슴으로 느끼고, 느낀 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려 애쓰며 살아왔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노력했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은 공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 책이다.
공부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마침내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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