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작가, 살아온 시간이 그림책이 되다
어르신들과 함께한 네 달간의 그림책 수업. 그 시간이 끝나고, 마침내 한 권 한 권의 그림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무슨 그림책을 만들어요” 하시며 조심스러워하시던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꺼내고, 그림을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한 장면씩 돌아보는 동안 어느새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은 작가가 되어 계셨습니다.
지나온 삶이 한 권의 책이 되다
이번 그림책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 부모를 향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사랑, 오래된 상처와 따뜻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잊고 지냈던 어린 날의 풍경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온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이야기가 된다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직접 글과 그림으로 남겨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직접 써 내려간 이야기들
이번 수업에서 완성된 그림책들은 제목만 들어도 각자의 삶이 느껴집니다.
《가마 타고 온 사랑》
《바람이 불면》
《열네 살 신부 나의 어머니》
《봄날의 강가》
《돌아보면 늘 거기 있던 뫼봉》
《내 마음에 꽃이 피듯》
《꽃을 기다리는 시간》
한 권은 첫사랑의 기억을, 또 다른 한 권은 부모를 향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지나온 세월을 조용히 돌아보게 하고, 어떤 이야기는 오래된 그리움을 다시 불러옵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오셨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저마다 달랐습니다.
그래서 더 특별하고, 더 귀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작가였다
수업 마지막 날, 한 어르신이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이 나이에 내가 책을 만들 줄 몰랐어요.”
그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림책을 만드는 시간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웃고, 때로는 울며 살아온 시간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삶이든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어르신들은 ‘수강생’이 아니라 분명한 이름의 작가가 되셨습니다.
우리도 작가.








'창작자의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골 마을 카페에 첫 손님이 오던 날 (1) | 2026.06.09 |
|---|---|
|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1) | 2026.05.29 |
| 엄마의 시간. 치매 엄마와 뜨개질이 다시 시작된 날 (0) | 2023.07.17 |
| 봄나물 뜯으며 나를 만난다 (0) | 2022.05.07 |
| 쑥 한 줌이 알려준 것들 (0) | 2022.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