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읽기3 나이가 들수록 책이 다르게 읽히는 이유/ 17살에 만난 데미안을 다시 읽으며 열 일곱살 한 문장이 가슴에 박혔다열일곱 살 때 처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다.그 나이에 내가 이 소설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작품이 품고 있는 철학이나 상징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싱클레어가 왜 그토록 흔들리는지, 데미안과 아브락사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온전히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그런데 한 문장만은 달랐다.“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그 문장이 가슴에 꽉 박혔다.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열일곱이라는 나이 자체가 하나의 알 속에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모와 학교가 만들어 놓은 익숙한 세계 안에서 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던 시절이었다.그때 나는 이 문장을 아주.. 2026. 8. 14. 김연수 『소설가의 일』 |소설은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다 들어가는 글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소설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작법서를 기대했다. 좋은 문장을 만드는 법, 인물을 설계하는 법, 이야기를 끌고 가는 기술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뒤 오래 남은 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 사람의 삶과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질문이었다.우리는 흔히 소설을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연수는 상상보다 먼저 이해를 이야기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끝내 이해하려는 노력, 지나간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 실패와 상처를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태도. 그래서 『소설가의 일』은 단순한 작법서가 아니라 인간을 오래 바라본 기록처럼 읽힌다.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질문도 하나였다.'소설은 왜 사람을.. 2026. 7. 17. 김훈 작가의 문장은 왜 오래 남을까 / 좋은 문장은 무엇을 덜어낼지 안다 1. 좋은 문장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무엇을 더해야 할까. 화려한 표현일까, 어려운 단어일까, 아니면 독자를 놀라게 하는 비유일까.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한다. 하지만 김훈의 문장을 읽다 보면 정반대의 답을 만나게 된다. 좋은 문장은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를 아는 문장이라는 사실이다.김훈의 소설과 산문에는 불필요한 말이 거의 없다. 감정을 크게 설명하지도 않고, 화려한 수식어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문장은 오래 남는다. 짧고 단단한 문장 하나가 독자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울린다. 이것이 바로 많은 독자가 김훈의 문장을 '아름답다'기보다 '묵직하다'라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대표작 『칼의 노래』를 읽으면 이런 특.. 2026. 7.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