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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독서

『육교 위의 마술사』·『99층』을 읽고|기억과 판타지가 만나는 아름다운 소설

by 들꽃 2026. 7. 2.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책 첫 장

들어가는 말

우밍이의 『육교 위의 마술사』와 「99층」을 처음 읽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술이다. 종이인형이 살아 움직이고, 존재하지 않는 99층이 등장하며, 현실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그래서 많은 독자는 이 작품을 판타지 소설로 기억한다.

그러나 책을 덮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에 남는 것은 마술이 아니라 기억이다. 두 작품의 판타지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신화처럼 변해 가는지를 보여 주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우밍이는 환상을 통해 현실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이 점이 두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1. 마술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기억을 완성한다

「육교 위의 마술사」를 읽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마술의 비밀을 알고 싶어진다. 종이인형은 어떻게 살아 움직였는지, 의안을 꺼내 보인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마술사는 정말 특별한 존재였는지를 계속 묻게 된다. 그러나 작품은 끝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세상에는 우리가 영영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말만 남긴다.

이 문장은 단순히 마술의 원리를 감추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말하는 문장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언제나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품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 사건보다 감정이 더 선명하게 남고, 현실은 상상과 뒤섞이며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우밍이는 이 과정을 마술이라는 언어로 형상화한다. 결국 마술사는 환상을 만드는 인물이 아니라, 기억이 현실을 다시 쓰는 방식을 보여 주는 존재다. 그래서 작품 속 마술은 비현실적인 사건이 아니라, 기억이 가진 진실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표현 방식이 된다.

2. 중화상창은 배경이 아니라 기억을 저장하는 인물이다

많은 소설에서 공간은 사건이 일어나는 무대에 머문다. 그러나 우밍이의 중화상창은 다르다. 철물점과 신발가게, 육교와 복도, 낡은 엘리베이터까지 모두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작품을 읽고 나면 특정 인물보다 중화상창이라는 공간 자체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공간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억을 품고 서로 연결하는 거대한 그릇이 된다. 각각의 단편은 독립적인 이야기이지만, 모두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공동 기억을 만들어 낸다. 독자는 어느새 한 사람의 추억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서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도 이것이다. 배경은 사건을 설명하는 장치가 아니라 인물들의 삶을 이어 주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공간은 장소를 묘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시간을 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서사가 된다.

 

3. '99층'은 죽음이 아니라 기억의 다른 주소이다

우밍이의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리리에 실린 '99층'

 

4. 좋은 판타지는 현실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두 작품을 읽으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판타지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많은 판타지 작품은 현실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우밍이의 판타지는 끝까지 현실을 떠나지 않는다. 마술도, 99층도, 살아 움직이는 종이인형도 모두 현실을 더 깊이 바라보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그래서 독자는 환상을 믿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과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배움이다. 판타지는 현실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현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한 언어일 수 있다. 우밍이는 거창한 사건보다 기억을, 설명보다 여백을, 현실보다 기억 속에서 변형된 현실을 선택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뒤 더 오래 살아남는다. 결국 좋은 판타지는 현실을 잊게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더 깊이 기억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두 작품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증명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감탄했던 것은 작가의 묘사였습니다.

골목과 상점,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고, 오래된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한 사건보다 공간과 사람들의 온기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참 놀라웠습니다.

또 하나는 현실과 판타지를 섞는 방식입니다.

마술사와 99층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는 틀 안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작품은 현실을 넘어 하나의 신화처럼 다가옵니다.

읽고 나서 든 생각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실보다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합니다.

그 기억은 조금씩 변형되고,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한 편의 이야기가 됩니다. 이 작품 역시 그런 기억의 힘을 보여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밍이의 간결한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불필요한 설명을 덜어내고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문장들.

앞으로 글을 쓸 때도 많이 쓰는 것보다 필요한 말만 남기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우밍이의 「육교 위의 마술사」와 「99층」을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