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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독서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부|소설가는 만들어지는 직업이다

by 들꽃 2026. 7. 5.

 

 


 소설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은 흔히 재능부터 이야기한다. 풍부한 상상력, 뛰어난 문장력, 타고난 감수성이 있어야만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 쓰기도 전에 스스로를 평가하며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그 오래된 질문에 조금 다른 답을 들려준다. 그는 소설가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오랜 시간 글을 쓰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소설 쓰는 기술을 설명하는 작법서가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이 어떻게 소설가라는 직업을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방법보다 창작자의 태도를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더 오래 붙잡게 되었다.


1. 소설가는 만들어지는 직업이다|소설가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작가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글을 잘 썼고, 누구보다 풍부한 감성을 지녔으며, 세상을 남다르게 바라보는 사람이 결국 소설가가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그는 처음부터 소설가를 꿈꾸던 사람이 아니었다. 재즈바를 운영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 날, 야구 경기장에서 문득 '나도 소설을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장면을 운명적인 순간으로 기억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후였다.

첫 작품을 쓴 뒤에도 그는 계속 글을 썼다. 한 권으로 끝나지 않았고, 다음 작품을 준비했다. 그러는 동안 소설은 그의 일이 되었고, 삶이 되었다. 결국 소설가는 한순간에 탄생하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창작을 하다 보면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완벽한 소재가 있어야 하고, 충분한 실력이 쌓여야 하며, 자신감도 생겨야 첫 문장을 쓸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작은 준비가 끝난 뒤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면서 준비된다. 무라카미의 경험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바꾼 것은 재능이 아니라 첫 문장을 써 본 용기였다고 말하는 듯하다.

소설가란 처음부터 소설가였던 사람이 아니라, 오늘도 원고를 쓰며 조금씩 소설가가 되어 가는 사람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야말로 책의 첫 장에서 가장 강하게 다가온 메시지였다.


2. 소설가는 만들어지는 직업이다|직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취미가 아니라 직업으로 받아들인 순간부터 생활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은 직업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지만, 그는 직업을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바라본다. 소설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글을 쓰고 싶은 날만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싫은 날에도 책상 앞에 앉는 삶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일정한 생활을 유지하고, 몸을 관리하며, 창작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다. 이는 단순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 창작을 위한 책임감이었다. 작품은 영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삶의 구조가 있어야 비로소 한 권의 책이 탄생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직업'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결과만 바라본다. 출간된 책, 받은 상, 판매 부수를 보며 작가를 평가한다. 하지만 그 결과 뒤에는 아무도 보지 못한 수많은 평범한 하루가 있다. 소설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는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직업은 명함에 적힌 이름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삶의 태도라는 사실을 무라카미는 자신의 생활을 통해 보여 준다.


3. 소설가는 만들어지는 직업이다|꾸준한 시간이 결국 한 사람을 소설가로 만든다

 첫 작품은 우연처럼 찾아올 수도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고,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작품부터는 우연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때부터 필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는 힘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십 년 동안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도 특별한 재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매 작품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고, 그 과정을 지치지 않고 반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를 꿈꾸지만 끝까지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꾸준함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권의 장편은 하루의 열정이 아니라 수백 번의 평범한 하루가 모여 만들어진다. 그래서 소설가는 뛰어난 문장을 한 번 쓰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문장을 매일 이어 쓰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달라진 생각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예전에는 좋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작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원고를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작가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소설가는 특별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무라카미는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들려준다.


창작자의 생각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처음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처음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그림책이 되었고, 동화가 되었으며, 지금은 장편소설을 쓰는 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편동화 **『로그아웃된 아이들』**을 쓰면서 자주 느끼는 것은 작가는 원고를 쓰면서 동시에 자신도 조금씩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다. 인물을 이해하려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이야기를 끝까지 책임지려다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에아카오의 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결국 나 자신을 조금씩 다듬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소설가는 만들어지는 직업'이라는 문장은 이제 내게 하나의 정의처럼 남아 있다. 작가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오늘도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다시 원고 앞에 앉는 사람이다. 나 역시 아직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창작자다. 그리고 어쩌면 창작이란 끝내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평생 만들어져 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