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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일지

동화의 소재는 어디에서 찾을까|평범한 일상이 이야기가 되는 순간

by 들꽃 2026. 9. 6.

동화의 소재는 어디에서 찾을까 평범한 일상이 이야기가 되는 순간
작은도서관과 아이들의 일상, 책과 창작 노트를 배경으로 동화의 소재가 평범한 하루에서 시작되는 순간을 표현한 창작일지 대표 이미지. 일상에서 마주친 사람과 풍경, 마음에 남은 장면이 질문과 상상을 거쳐 동화의 씨앗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동화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소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뭔가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 이야기가 될 것 같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소재를 찾아야 좋은 동화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야기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몇 편의 동화를 쓰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쓴 이야기의 시작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 마을에서 스쳐 지나간 풍경, 누군가 무심코 한 말, 가족과 나눈 대화처럼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이었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이상하게 며칠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순간을 만나면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동화의 소재는 특별한 사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내 동화의 시작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가 동화를 쓰게 된 뒤 소재를 가장 많이 만난 곳 가운데 하나는 시골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여러 아이를 만났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러 오기도 했지만 놀러 오고, 친구를 만나러 오고, 때로는 집에 가기 싫어서 오래 머물기도 했다.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어떤 아이는 씩씩해 보이지만 작은 말 한마디에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고, 어떤 아이는 어른들에게는 말하지 않는 이야기를 친구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았다.

그때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은 이렇구나’ 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 아이와 장면이 있었다.

「버나 소녀」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힘든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였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아이가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 마음이 오래 남았고 결국 동화의 씨앗이 되었다.

시골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활동하는 아이들
시골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활동하던 모습. 도서관에서 아이들의 말과 행동, 관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은 여러 동화를 구상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사건보다 먼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처음부터 ‘이것을 동화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경우보다 어떤 장면이나 사람이 자꾸 마음에 남아서 이야기를 시작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냥 지나치면 될 일인데 자꾸 생각나는 것이다.

왜 저 아이는 저런 말을 했을까.

저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질까.

그런 질문이 하나씩 생긴다.

「엄마 세 번 바꿔봤습니다만」도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품었던 질문에서 출발했다.

시골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돌봄과 교육을 생각하다가 미래에는 아이들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아이를 돌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되었다.

현실에서 시작된 작은 걱정 하나가 질문이 되고, 그 질문에 상상이 붙으면서 현실에는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소재는 내가 본 장면이었지만 이야기를 움직인 것은 그 장면을 보고 품었던 질문이었다.

작은도서관 옆 야외 공간에서 함께 물놀이하는 아이들
작은도서관 옆 야외 공간에서 아이들이 함께 물놀이를 하던 모습. 책을 읽는 시간뿐 아니라 함께 놀고 이야기하며 보낸 평범한 일상 속 아이들의 말과 행동, 관계도 동화의 소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본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소재를 얻는다고 해서 본 일을 그대로 옮겨 쓰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첫 동화를 쓰면서 크게 배운 부분이다.

처음에는 실제 아이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원고에 옮겼다. 내가 직접 보았던 일이니 생생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합평을 받고 원고를 여러 번 고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현실은 소재를 주지만 작품은 작가가 다시 만들어야 했다.

실제 사람의 성격에 다른 사람의 모습을 섞기도 하고, 가족관계를 바꾸기도 하고, 필요 없는 인물은 없애기도 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해야 현실에서 만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품 속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일상은 이야기의 재료이지 완성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평범한 장면도 질문 하나가 붙으면 달라졌다

예전에는 별일 없는 하루는 쓸 것이 없는 하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아이가 혼자 앉아 신발 끈을 묶는 모습도 그냥 지나가면 평범한 장면이다.

그런데 ‘저 아이는 왜 친구들이 먼저 가는데도 천천히 신발 끈을 묶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서 있는 아이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우산을 가져오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일부러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를 맞아보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시골길에 떨어진 운동화 한 짝도 그냥 보면 버려진 신발이다.

하지만 ‘누가 여기 놓고 갔을까?’라고 묻는 순간 그 뒤에 사람이 생기고 사건이 생긴다.

현실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평범한 장면에 ‘왜?’와 ‘만약에?’를 붙이는 순간 이야기가 현실에서 조금씩 떨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과 아이의 마음을 상상하는 것은 달랐다

동화를 쓰면서 어려웠던 것 가운데 하나는 내가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고 해서 아이의 마음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어른의 시선에 가까워진다.

어른이 보기에는 별일 아닌 것이 아이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큰일일 수도 있다. 반대로 어른이 걱정하는 일을 아이는 별것 아닌 듯 지나칠 수도 있다.

그래서 실제 아이에게서 소재를 얻었더라도 작품을 쓸 때는 다시 물어보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이 아이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이 질문 하나만 바꾸어도 이야기가 달라졌다.

작가인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아이의 입을 빌려 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자기 방식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도록 기다려야 했다.

메모해 두었지만 이야기가 되지 않는 것도 많다

물론 마음에 남는다고 해서 모두 동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해서 적어두었는데 몇 줄을 쓰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있다.

반대로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한마디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경험과 만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소재를 발견했다고 곧바로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기보다 마음에 남는 장면이나 말을 붙잡아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 줄이어도 좋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이상했던 표정, 재미있었던 행동, 마음에 걸렸던 풍경을 적어둔다.

당장 이야기가 되지 않아도 언젠가 다른 기억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재를 찾기보다 마음에 남는 것을 들여다본다

동화의 소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지금의 나는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있고, 가족과 나눈 대화 속에도 있고, 길에서 우연히 본 장면에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자꾸 생각하게 되는 사람과 장면 속에 있다.

중요한 것은 평범한 일상을 모두 특별하게 바라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어디에서 잠시 멈추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안타까워서 마음에 남을 수도 있고, 우스워서 기억할 수도 있다. 이해되지 않아 계속 생각날 수도 있고,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달라지는 일도 있다.

그곳에서 질문 하나를 꺼내본다.

왜 그랬을까.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상상해 본다.

그렇게 평범했던 하루의 한 장면이 조금씩 이야기가 된다.

돌이켜보면 내가 쓴 동화들도 처음부터 동화의 모습으로 나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아이를 바라보다 생긴 안타까움이었고, 미래의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궁금증이었고,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작은 장면이었다.

동화의 소재는 멀리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에서 내가 그냥 지나치지 못한 순간에 숨어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이야기를 찾으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사는 하루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려고 한다.

어쩌면 다음 동화는 이미 내 곁을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