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5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무엇이든 가능하다』차 한 잔이 한 사람의 삶을 열어젖히는 순간 - 「도터의 민박집」과 「선물」을 중심으로 1. 스트라우트는 인물을 설명하지 않는다. 인물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기다린다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읽으며 가장 놀라운 점은 인물을 대하는 태도이다. 대부분의 소설은 독자가 인물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끊임없이 설명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후회하는지 친절하게 알려 준다. 그러나 스트라우트는 정반대다. 그는 독자에게 설명하기보다 인물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한다. 「선물」에서 에이블은 동생 도티를 떠올리지만, 그 순간조차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지 않는다. 그는 미안하다고도, 후회한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오래전 기억을 따라간다. 그리고 독자는 그 기억의 결을 따라가며 에이블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이러한 방식은 실제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우리는.. 2026. 6. 30. 예소연 사랑과 결함을 읽고|사랑은 왜 결함을, 상처는 사랑을 닮고,아이들놀이에도, 나는 진실로 소설을 읽다 보면 첫 문장만으로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작품이 있다. 예소연의 **《사랑과 결함》**이 그랬다."잠을 많이 자면 머리가 이상해진다. 그런데 나는 그 이상해지는 느낌이 좋다."첫 문장을 읽는 순간 멈춰 섰다.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표현하는 힘 때문이다.잠을 많이 자는 일은 누구나 경험한다. 하지만 '머리가 이상해진다'거나, 더 나아가 그 이상한 감각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이 한 문장은 독자를 단숨에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주인공 성혜가 평범한 정신 상태와는 조금 다른 지점에 서 있음을 암시한다. 1. 사랑은 왜 결함을 닮아갈까이 소설을 이끄는 중심인물은 세 명이다. 화자인 성혜, 고모, 그리고 연인 수.엄마와 아빠도 등장하지만 중심축은 아니다. 성혜와 고모는 서로.. 2026. 6. 22. 신영복 담론을 읽으며, 공부란 무엇인가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기 시작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노트에 필사하며 읽고 있다. 공감의 공간에서 시작되는 공부 첫 장의 제목은 「가장 먼 여행」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이 강의가 사람과 삶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고민해 온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이기에 강의실이 공감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특히 함께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강조한다. 교재를 낭독하고 모두가 조용히 듣는 시간은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공감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공부란 천지와 사람을 연결하는 것 첫 시간의 주제는 공부다. 공부(工夫)의 ’공(工)’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뜻을 가지고 있고, ’부(夫)’는 그 연결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의미를.. 2026. 6. 11. 날마다 멋진 하루|작은 일상이 특별해지는 그림책 가끔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마음이 환해지는 날이 있다.아침 햇살이 좋거나, 따뜻한 차 한 잔이 유난히 맛있거나, 별것 아닌 대화에 괜히 웃음이 나는 날 말이다.신시아 라이런트의 그림책 《날마다 멋진 하루》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지나치고 사는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특별한 사건 없이도 좋은 하루이 그림책에는 대단한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16666666666ㅅㅅㅎ65누군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커다란 모험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그저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조용히 흐른다.산책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창밖을 바라보고,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순간들.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잔잔해진다.‘그래, 이런 날도 참 좋았지.’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 2026. 6. 10. 시골 마을 카페에 첫 손님이 오던 날 구십 어르신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카페 문을 열고 청소를 마칠 즈음이었다.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려 나가 보니, 마을 어르신 세 분이 천천히 걸어오고 계셨다. 모두 구십이 다 되어 가는 어머니들이었다. 얼른 문을 열어 드리며 인사했다.“어머니, 어서 오세요.”반가운 마음에 목소리가 먼저 밝아졌다.자리에 앉으시더니 한 분이 말씀하셨다.“어제 먹었던 거 맛나던데, 그거 줘봐.”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아, 대추차요?”“그래, 그거. 그 곶감도 줘보고.” 전날 오셨을 때 말랑말랑한 곶감과 가래떡을 드렸는데 기억하시고 다시 찾아오신 것이다.그것도 세 분이 돌아가며 산다며 일부러 들르셨다. 다시 찾아와 주신 마음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대추차와 곶감을 내어드리고, 갓 구워 나온 크루아상을 접시에 담아 조심스레 내.. 2026. 6. 9.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집 안에서 가족처럼 함께 살던 도트가, 손님이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사이 밖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하루쯤 지나면 돌아올 거라 믿었다. 시간이 더 걸려도 꼭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간 지 이틀째 되던 날 한 번 본 뒤로는, 다시 보지 못했다.사람들은 왜 그동안 가만히 있었냐고 묻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집 주변을 맴도는 도트와 꼭 닮은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짝꿍과 나는 그 아이를 도트라고 믿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달랐다. 도트에게 있던 코 밑의 검은 점이 없었고, 오른쪽 앞발만 하얗고 나머지는 검은 도트와 달리, 그 아이는 다리가 모두 하얗고 앞다리 한쪽에만 계란만 한 검은 점이 있었다. 볼 때마다 자꾸 착각하게 된다.한 달이 지났으.. 2026. 5. 29.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