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63 실제 아이를 동화 속 인물로 써도 될까|「버나 소녀」를 수정하며 배운 것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한 여자아이를 만났다.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였다. 사춘기가 조금 일찍 찾아왔고, 그 시기를 꽤 힘겹게 지나고 있었다.할머니와 자주 부딪쳤다. 손녀를 걱정하고 보호하려는 할머니의 마음이 지나칠 때도 있었다. 친구 관계에까지 할머니가 개입하면서 아이는 또래 관계에서도 조금씩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가족 사정도 복잡했다. 부모와 떨어져 조부모와 생활하면서 아이는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 마음을 감당하고 있었다.그 아이를 지켜볼 때면 마음이 쓰였다.그런데 그 아이에게는 아주 잘하는 것이 있었다.버나였다.버나를 무척 잘 돌렸고, 마을 축제나 대회에 나가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큼 잘했다.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힘든 일이 많은 아이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만큼은 스스로 자랑스.. 2026. 9. 5. 미래 이야기인데 왜 현재처럼 보일까 | SF동화 합평에서 배운 것 「엄마 세 번 바꿔봤습니다만」의 초고를 완성했을 때 나는 나름대로 미래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했다.아이에게 필요한 엄마를 로봇으로 빌려 쓰는 세상. 지금은 없는 일이니 당연히 미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초고를 가지고 동화 합평을 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었다.“설정은 미래인데 배경이나 사람들의 생각은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비슷한 의견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나왔다.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로봇 엄마가 등장하는데 왜 미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까.하지만 원고를 다시 읽으면서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로봇 하나를 등장시킨다고 미래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처음 이 동화를 구상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로봇 엄마’였다.어떤 로봇 엄마가 있을까. 아이가 공부.. 2026. 9. 3. 동화 주인공은 왜 두 형제에서 한 아이가 되었을까|인물을 줄이며 알게 된 것 동화를 처음 구상할 때는 인물이 많으면 이야기도 풍성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엄마 세 번 바꿔봤습니다만」도 처음에는 지금과 달랐다. 주인공은 한 아이가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두 형제였다.두 아이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로봇 엄마를 만나면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았다.하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두 아이를 등장시키는 것과 두 아이를 모두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두 명을 주인공으로 만들면 이야기가 풍성해질 줄 알았다처음 두 형제를 설정했을 때는 장점이 많아 보였다.같은 일을 겪어도 형과 동생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한 아이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두 아이가 부딪치고 의논하.. 2026. 9. 2. 동화는 어디에서 시작될까|「엄마 세 번 바꿔봤습니다만」을 쓰기까지 동화 한 편은 어디에서 시작될까.특별한 사건을 만나거나 기막힌 이야기가 어느 날 갑자기 떠올라 시작될 수도 있겠지만, 「엄마 세 번 바꿔봤습니다만」은 내가 살고 있는 시골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만난 아이들에게서 시작되었다.도서관에 오는 아이들 가운데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았다. 70% 정도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었고,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조손가정 아이들도 있었다.시골에서는 부모나 조부모가 농사일로 바쁜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도 곧장 집으로 돌아가기보다 공부방을 거쳐 저녁때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돌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미래에는 아이들의 교육이 어떻게 달라질까. 아이들이 지금보다 안전하게 보호받고, 필요한 돌봄도 받을 수 있는.. 2026. 9. 1. 나이가 들수록 책이 다르게 읽히는 이유/ 17살에 만난 데미안을 다시 읽으며 열 일곱살 한 문장이 가슴에 박혔다열일곱 살 때 처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다.그 나이에 내가 이 소설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작품이 품고 있는 철학이나 상징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싱클레어가 왜 그토록 흔들리는지, 데미안과 아브락사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온전히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그런데 한 문장만은 달랐다.“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그 문장이 가슴에 꽉 박혔다.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열일곱이라는 나이 자체가 하나의 알 속에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모와 학교가 만들어 놓은 익숙한 세계 안에서 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던 시절이었다.그때 나는 이 문장을 아주.. 2026. 8. 14. 이장욱<절반 이상의 하루오>분석 / 하루오는 어떤 인물인가 들어가는 말이장욱의 「절반 이상의 하루오」를 읽고 나면 이상하게 하루오라는 인물이 오래 남는다. 아주 극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속마음을 길게 털어놓는 인물도 아니다. 오히려 그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일본에 있을 때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다 그곳에서 그냥 살아가는 것처럼 시간을 보낸다.처음에는 하루오를 조금 특이한 여행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나면 하루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하루오가 어디를 여행했느냐가 아니라 ‘나’가 하루오를 어떻게 바라보았고, 그를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시간이 흐른 뒤 왜 자신의 삶에서 다시 하루오를 발견하게 되는.. 2026. 8. 13. 이전 1 2 3 4 5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