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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일지

동화 제목은 어떻게 정할까|초고 제목이 퇴고하면서 달라지는 이유

by 들꽃 2026. 9. 9.

동화 제목을 정하고 퇴고하면서 제목을 바꾸는 창작 과정
초고에서 작품에 맞는 제목을 찾아가는 동화 창작 과정을 담은 이미지.

동화를 쓸 때 제목부터 정해야 할까, 이야기를 다 쓴 뒤에 제목을 붙여야 할까.

나도 동화를 쓰면서 제목을 언제 정하는 것이 좋은지 여러 번 고민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제목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고를 쓰기 전에 임시 제목을 붙여 놓고 시작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쓰고 퇴고하다 보면 처음 제목이 끝까지 남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인물이 달라지고 사건이 바뀌면서 내가 처음 쓰려고 했던 이야기의 중심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게 동화 제목은 이야기를 쓰기 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쓰면서 함께 찾아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동화 제목은 언제 정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제목이 떠오르면 일단 붙여 놓고 글을 시작한다.

처음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 제목이 하나 있으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도 조금은 자기 모습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제목을 반드시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초고를 쓸 때의 제목은 그때 내가 보고 있던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이다. 원고를 여러 번 고치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인물의 마음이 드러나기도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사건보다 다른 장면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그때는 제목도 다시 보게 된다.

지금의 제목이 완성된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가.

내가 제목을 바꾸는 것은 주로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때다.

「할머니 때문이야」가 「버나 소녀」가 되기까지

내가 처음 쓴 동화 가운데 「버나 소녀」가 있다.

이 작품의 처음 제목은 「할머니 때문이야」였다.

초고에서는 할머니와 아이의 갈등이 지금보다 강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할머니 때문이야」라는 제목이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합평을 받고 여러 번 원고를 고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실제 경험에 가까웠던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어 가면서 인물을 줄이고 주변 인물의 관계를 바꾸었다. 할머니의 모습도 한쪽으로만 보이지 않도록 다시 생각했다.

그렇게 고치고 나니 「할머니 때문이야」라는 제목이 더 이상 작품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할머니와의 갈등만이 아니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잘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아이, 그 아이가 조금씩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제목도 「버나 소녀」로 바뀌었다.

이야기의 중심이 달라지자 제목도 달라진 것이다.

 

「엄마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새로운 제목을 찾기까지

「엄마 세 번 바꿔봤습니다만」도 처음부터 지금의 제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엄마를 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을 생각했고,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는 「엄마가 필요해」라는 제목을 붙여 놓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엄마와 미래의 로봇 엄마라는 설정 자체에 생각이 많이 가 있었다.

그러나 원고를 고치면서 로봇 엄마라는 소재만으로는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미래에 로봇 엄마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돌봄은 무엇인지, 누군가가 엄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 아이가 원하는 사랑은 무엇인지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조금씩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인물도 달라지고 이야기의 구조도 바뀌었다.

제목 역시 작품의 변화를 따라갔다.

결국 「엄마 세 번 바꿔봤습니다만」이라는 제목이 남았다.

돌이켜보면 제목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자기에게 맞는 제목을 찾아갔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필요해라는 초기 제목이 적힌 동화 초고 원고
최종 제목으로 바뀌기 전 ‘엄마가 필요해’라는 제목을 사용했던 초기 동화 원고.

좋은 동화 제목은 내용을 다 설명하지 않는다

제목을 정할 때 처음에는 작품의 내용을 잘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용을 너무 정확하게 설명하는 제목은 오히려 독자가 궁금해할 자리를 줄일 수도 있었다.

제목만 보고 이야기를 모두 짐작할 수 있다면 굳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내용과 너무 동떨어진 제목은 멋있어 보일 수는 있어도 작품을 읽고 난 뒤 제목의 의미가 남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제목을 볼 때 내용 설명보다 작품의 중심과 잘 연결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주인공이 보이는가.

이야기의 중요한 이미지나 사건과 연결되는가.

제목을 읽었을 때 조금이라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가.

그리고 작품을 끝까지 읽은 뒤 다시 제목을 보았을 때 처음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가.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제목을 정하는 일이 단순히 눈에 띄는 문구를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이 너무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본다

동화 제목에도 설명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갈 때가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 독자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인물과 사건, 주제를 제목에 모두 넣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제목까지 이야기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작품이 가지고 있던 여백이 줄어들 수 있다.

나는 본문을 퇴고할 때 주제를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는 편인데, 제목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제목이 작품의 교훈을 먼저 말해버리지는 않는지, 내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제목에 그대로 써놓지는 않았는지 다시 본다.

좋은 제목은 이야기를 대신 설명하기보다 독자가 이야기 안으로 한 걸음 들어오게 하는 문에 가까운 것 같다.

검색되는 제목과 작품 제목은 조금 다르다

요즘 블로그에 창작일지를 쓰면서는 제목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동화 작품의 제목과 블로그 글의 제목은 하는 일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동화 제목은 작품의 분위기와 인물, 이야기의 중심을 담으면서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블로그 글의 제목은 독자가 무엇에 관한 글인지 조금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글도 단순히 ‘제목에 관하여’라고 붙이는 것보다 ‘동화 제목은 어떻게 정할까’라고 쓰는 편이 글의 내용을 훨씬 정확하게 보여준다.

동화 제목을 고민하는 사람이 검색했을 때도 어떤 내용을 다루는 글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작품에서는 여백을 남기는 제목을 고민하고, 창작일지에서는 독자의 질문에 답하는 제목을 생각하게 된다.

두 제목은 목적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제목을 본 사람이 그다음을 읽고 싶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내가 동화 제목을 정할 때 생각하는 것

지금도 제목을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처음부터 좋은 제목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우선 임시 제목을 붙이고 이야기를 쓴다.

그리고 초고를 완성하고 퇴고하면서 다시 제목으로 돌아온다.

이 제목이 지금의 주인공과 잘 어울리는가.

이야기의 중심을 너무 많이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제목만 보아도 결말을 짐작할 수 있지는 않은가.

조금은 궁금한 마음이 생기는가.

무엇보다 이 제목이 내가 완성한 이야기와 여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어려우면 처음 제목을 버린다.

한동안 붙여 놓았던 제목이라 아깝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달라졌다면 제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게 제목을 정하는 일은 이야기를 다 쓰고 난 뒤, 내가 무엇을 썼는지를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고의 제목이 마지막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다.

이야기를 쓰고 고치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중심이 드러났다면, 그때 비로소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제목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