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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일지

합평에서 들은 말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고칠 문장과 지킬 것을 구분하는 법

by 들꽃 2026. 9. 8.

합평에서 들은 말 중 고칠 말과 지킬 것을 구분하는 동화 창작일지
합평 의견을 듣고 작품을 다시 살펴보는 동화 창작 과정을 담은 이미지.

합평을 앞두고 원고를 내놓을 때는 늘 조금 긴장된다.

혼자 쓸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을 다른 사람이 읽고 말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애써 쓴 장면을 두고 부족하다고 하기도 하고,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고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다 고쳐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번 합평을 받고 원고를 고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합평에서 나온 의견이라고 해서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대신 내가 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그 의견을 받아들였을 때 이야기가 더 자연스러워지거나 풍성해질 것 같다면 고치는 편이다.

동화 합평 시간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 받아 적은 창작 노트
동화 합평에서 들은 의견을 직접 기록한 창작 노트.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해 주는 말

합평을 듣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 이건 내가 정말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런 말을 들으면 원고를 다시 보게 된다.

혼자 쓸 때는 너무 익숙해서 지나쳤던 부분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색하게 보일 수 있다. 인물의 행동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거나,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이 갑자기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독자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처럼 쓴 경우도 있다.

그런 지적을 들으면 처음에는 조금 놀라지만 다시 읽어보면 납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고친다.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해 주는 말이라면 합평의 도움을 충분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합평 의견을 들으며 화살표와 밑줄로 정리한 동화 창작 노트
합평에서 들은 의견을 메모하고 작품의 수정 방향을 정리한 창작 노트.

수정했을 때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는지 생각한다

합평 의견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때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하나 더 있다.

그 말을 따라 고쳤을 때 이야기가 더 좋아지는가 하는 것이다.

인물이 더 선명해지거나, 장면이 자연스러워지거나, 이야기의 흐름이 좋아진다면 수정할 이유가 충분하다.

실제로 동화를 고치면서 인물을 줄이기도 했고, 인물의 관계를 바꾸기도 했다.

처음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다시 보니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아차린 적도 있었다.

또 미래를 배경으로 한 동화를 쓸 때는 미래의 모습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학교와 생활환경, 사회의 모습까지 다시 생각하며 고친 적도 있다.

그런 합평은 단순히 틀린 곳을 지적하는 말이 아니라 이야기의 가능성을 넓혀 주는 말이었다.

수정한 뒤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수 있다면 나는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합평에서 나온 말이라고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의견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한 사람이 어색하다고 한 장면을 다른 사람은 좋다고 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인물을 빼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그 인물이 더 궁금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합평에는 작품을 읽는 사람의 취향과 경험도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고치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읽어본 뒤에도 내가 보기에는 꼭 필요한 장면이라면 그대로 둔다.

그 의견대로 바꾸었을 때 오히려 내가 쓰려고 했던 이야기에서 멀어진다고 느껴질 때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합평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쓸지는 작가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복해서 나오는 말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에게서 비슷한 말이 반복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같은 부분에서 멈춘다면 원고 안에 실제로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때는 그 사람들이 제시한 수정 방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왜 같은 곳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인물의 감정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앞부분의 설명이 부족한 것인지, 장면의 연결이 어색한 것인지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합평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내놓은 해결책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가리키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는 일일 수도 있다.

합평은 정답을 받는 시간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합평을 받으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합평은 내 작품의 정답을 알려주는 시간이 아니다.

내가 쓴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눈으로 한번 바라보는 시간에 가깝다.

나는 이미 원고의 인물과 사건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설명하지 않은 것도 설명했다고 생각하기 쉽고, 어색한 장면도 여러 번 읽으면서 익숙해질 수 있다.

그때 다른 사람의 눈은 내가 보지 못하던 곳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 내가 봐도 놓친 부분이라면 고친다.

그 말을 받아들였을 때 이야기가 더 깊어지고 풍성해질 것 같다면 기꺼이 바꾼다.

하지만 모든 말을 원고에 옮겨 적지는 않는다.

고칠 말과 지킬 것을 구분하는 일도 결국 작품을 쓰는 사람의 몫이다.

요즘 내가 합평을 들으며 스스로 묻는 것

합평을 듣고 나면 바로 원고를 고치기보다 잠시 생각해 보는 편이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가.

다시 읽어보니 정말 문제가 있는가.

이 의견을 받아들이면 인물이나 장면이 더 살아나는가.

이야기가 더 자연스럽고 풍성해지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고쳐도 내가 처음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남아 있는가.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고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되 원고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합평은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을 빌려 내 이야기를 다시 보는 시간이었다.

그 눈을 통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면 고치고,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다시 확인한다.

그렇게 듣고, 생각하고, 다시 선택하는 과정까지가 지금의 나에게는 합평의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