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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일지

동화 초고를 쓰고 나면 무엇부터 고칠까|내가 퇴고할 때 먼저 보는 것

by 들꽃 2026. 9. 7.

동화 초고를 쓰고 난 뒤 문장과 인물, 장면을 고쳐가는 퇴고 과정
동화 초고를 완성한 뒤 원고를 다시 읽으며 문장과 인물, 장면, 주제와 결말을 점검하는 퇴고 과정을 표현한 창작일지 대표 이미지. 수정 표시가 있는 원고와 연필을 통해 읽고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과정을 담았다.

 

동화 초고를 다 쓰고 나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

일단 끝까지 썼다는 안도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고를 완성했다고 해서 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다시 읽고, 지우고, 바꾸는 시간이 시작된다.

처음 동화를 쓸 때는 퇴고라고 하면 문장을 다듬고 맞춤법을 고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문장이다.

문장이 자연스러운지, 맞춤법은 틀리지 않았는지, 소리 내어 읽었을 때 잘 넘어가는지 살핀다.

그리고 아이가 읽기에 너무 어렵거나 딱딱한 문장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본다.

그런데 여러 편을 고쳐 쓰면서 알게 되었다.

퇴고는 문장을 매끄럽게 만드는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문장을 고치다 보면 결국 인물과 장면, 이야기의 흐름, 그리고 내가 정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까지 다시 보게 된다.

가장 먼저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본다

초고를 쓴 뒤 내가 먼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이다.

눈으로 읽을 때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문장도 입으로 읽어보면 이상하게 걸리는 곳이 있다.

문장이 너무 길어서 숨이 차기도 하고, 같은 말이 반복되기도 한다.

조사나 어미가 어색하게 이어지는 곳도 소리 내어 읽으면 금방 드러난다.

특히 동화는 아이들이 읽는 글이다.

문장이 지나치게 길거나 설명이 겹치면 이야기의 리듬이 쉽게 무거워질 수 있다.

그래서 읽다가 자꾸 멈추는 곳이 있으면 문장을 나누기도 하고, 필요 없는 말을 덜어내기도 한다.

눈으로 읽을 때 괜찮은 문장과 입으로 읽었을 때 자연스러운 문장은 조금 다를 수 있었다.

내가 쓴 문장을 직접 소리 내어 읽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퇴고할 때 꽤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동화 원고를 읽으며 직접 메모하고 수정한 퇴고 과정
원고를 다시 읽으며 걸리는 문장과 표현을 하나씩 고쳐 나간다.

맞춤법보다 먼저 봐야 할 것도 있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당연히 확인한다.

오탈자가 많으면 독자가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춤법이 모두 맞는다고 해서 좋은 문장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문법적으로는 틀리지 않아도 딱딱한 문장이 있었고, 어른이 쓰는 말처럼 느껴지는 문장도 있었다.

그래서 문장을 볼 때는 맞고 틀리고만 확인하지 않는다.

이 말이 정말 이 아이에게 어울리는지, 이 장면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도 함께 본다.

어른인 내가 아이의 입을 빌려 너무 어려운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이에 맞는 문장은 단순히 쉬운 문장이 아니라 그 아이의 나이와 성격, 상황에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설명이 너무 길어지지 않았는지 본다

초고를 쓰다 보면 내가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하고 싶고, 가족관계도 알려주고 싶고,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빠뜨리고 싶지 않다.

그러다 보면 한 장면 안에 설명이 너무 많이 들어갈 때가 있다.

작가는 이미 인물과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설명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행동이나 대화로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까지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설명을 조금 덜어낸다.

인물이 화가 났다고 쓰는 대신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 외롭다고 설명하는 대신 그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생각한다.

설명을 줄이면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퇴고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문장을 고치다 보면 인물도 다시 보인다

퇴고를 하다 보면 문장만 고치려다가 인물까지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 쓸 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다시 읽어보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말 몇 마디만 하고 사라지거나, 다른 인물이 하는 일을 그대로 반복하는 인물도 있다.

그럴 때는 묻게 된다.

이 인물이 꼭 있어야 할까.

이 인물을 빼면 이야기가 달라질까.

이 아이가 주인공의 선택이나 감정에 실제로 영향을 주고 있을까.

나는 실제로 동화를 고치면서 인물을 줄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처음에는 이미 만들어 놓은 인물을 빼는 것이 아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인물을 줄이고 나니 오히려 이야기의 중심이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퇴고는 부족한 것을 더 넣는 일만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일이기도 했다.

장면이 많다고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초고에는 욕심이 많이 들어간다.

좋다고 생각한 장면을 하나 더 넣고, 재미있어 보이는 사건을 또 만들다 보면 이야기가 자꾸 길어진다.

하지만 사건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이야기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주인공이 무엇을 원하는지 흐려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읽으면서 이 장면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한다.

주인공이 달라지는 데 필요한 장면인지,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장면인지, 아니면 내가 좋아해서 남겨둔 장면인지 살펴본다.

없어도 이야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장면이라면 과감하게 줄이기도 한다.

좋아하는 문장이나 장면을 지우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생각하면 아깝더라도 버려야 할 때가 있었다.

내가 쓰고 싶었던 주제가 잘 보이는지 살핀다

문장과 인물, 장면을 어느 정도 고친 뒤에는 처음 이 이야기를 왜 쓰려고 했는지를 다시 생각한다.

초고를 쓰는 동안 여러 사건과 인물이 들어오면서 처음의 마음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마지막까지 그 마음이 남아 있는지 살펴본다.

그렇다고 해서 주제를 문장으로 분명하게 설명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독자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 결말에 한마디를 더 붙이고 싶을 때도 있었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거나, 서로 사랑해야 한다거나, 용기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의미를 분명하게 적어두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이야기가 갑자기 교훈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주제는 드러나야 하지만 작가가 정답처럼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 잠언적으로 끝나고 있지는 않은지 본다

나는 동화를 고칠 때 결말을 특히 조심해서 본다.

이야기를 다 써놓고 마지막에 좋은 말을 한마디 넣고 싶은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듯하고 의미 있는 문장이 들어가면 작품이 더 깊어 보일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문장이 너무 앞세워지면 인물의 이야기가 사라지고 작가의 말만 남을 수 있다.

그래서 결말을 읽으면서 스스로 묻는다.

이 문장은 정말 이 인물이 할 수 있는 말인가.

아니면 내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인물에게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데 마지막에 다시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지우거나 줄인다.

독자가 이야기를 읽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 동화의 결말에서는 더 중요할 때가 있었다.

퇴고할수록 처음의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초고를 고친다고 하면 처음 쓴 이야기를 조금 다듬는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여러 번 퇴고하다 보면 처음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한다.

인물이 사라지기도 하고, 친구의 역할이 커지기도 하고, 가족관계가 달라지기도 한다.

처음 생각했던 제목을 버리고 새로운 제목을 붙이기도 한다.

배경을 다시 조사하면서 이야기의 세계 자체를 고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초고를 너무 지키려고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쓴 문장과 설정에 애착이 생기지만, 그것이 작품에 꼭 필요한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초고는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이야기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발견하기 위한 첫 번째 길일 수도 있었다.

할머니 때문이야 초기 제목이 보이는 동화 초고 원고
퇴고를 거치며 문장뿐 아니라 인물과 이야기의 방향, 제목까지 달라졌다.

요즘 내가 퇴고하면서 스스로에게 묻는 것

지금도 초고를 쓰고 나면 가장 먼저 문장을 읽는다.

맞춤법을 보고, 소리 내어 읽으면서 걸리는 곳을 찾고, 아이에게 어울리는 문장인지 살핀다.

설명이 길면 덜어내고 인물과 장면이 꼭 필요한지도 다시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왜 쓰려고 했는지.

그 마음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지.

주제를 너무 설명하지는 않았는지.

마지막 문장이 지나치게 잠언처럼 끝나고 있지는 않은지.

예전에는 퇴고를 틀린 것을 찾아 고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퇴고는 내가 쓴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그 이야기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문장을 고치다가 인물을 바꾸고, 인물을 고치다가 장면을 덜어내고, 장면을 고치다가 결국 처음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마음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한 번의 퇴고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읽고, 고치고, 다시 소리 내어 읽는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펼쳐보면 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그렇게 한 문장씩 덜어내고 고쳐가면서 초고는 조금씩 내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의 모습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