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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일지12

동화의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할까|설명보다 궁금증을 남기는 첫 장면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건네는 법동화를 쓰면서 이상하게도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는 것은 첫 문장이다.초고에서는 별 어려움 없이 썼던 문장이 퇴고를 거듭할수록 자꾸 걸린다. 한 편의 이야기를 끝까지 쓴 뒤 처음으로 돌아오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이야기가 어디를 향하는지 알고 나서야 비로소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그래서 요즘은 첫 문장이 정말 ‘처음’에 쓰이는 문장일까 생각한다. 원고의 맨 앞에 놓이는 문장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작가에게 첫 문장은 가장 나중에 발견되는 문장인지도 모른다.나 역시 요즘 한 편의 동화를 여러 차례 고치고 있다. 공모전에 보낼 작품이라 여기에서 작품의 내용이나 문장을 옮길 수는 없지만, 첫 장면을 고치는 동안 한 가지 질문에서 오래 벗.. 2026. 10. 7.
동화에서 설명은 어디까지 해야 할까|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장면 만들기 동화를 쓰다 보면 나는 자꾸 친절해진다. 아니, 친절해진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왜 화가 났는지, 왜 갑자기 입을 다물었는지, 왜 돌아서면서도 한 번 더 뒤를 보았는지 설명을 붙인다. 어린이가 읽는 글이니 이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초고를 쓸 때는 그런 문장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이미 인물의 마음과 사건의 앞뒤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고를 며칠 묵혀 두었다가 다시 읽을 때 생긴다.‘내가 이 말을 앞에서도 하지 않았나?’대사에서 이미 드러난 마음을 다음 문장에서 또 설명하고, 행동으로 보여준 감정을 작가가 다시 이름 붙여 놓은 곳이 보인다. 그 문장을 지워 본다. 이상하게도 뜻이 모호해지는 것이 아니라 장면이 더 선명해질 때가 있다.그렇다고 설명을 모두 지우.. 2026. 9. 29.
동화를 1인칭으로 바꾸면 무엇이 달라질까|‘유진은’ 을 ‘ 나는’으로 고치기 전에 동화를 쓰다가 시점을 바꾸고 싶어질 때가 있다.처음에는 ‘유진은 학교에서 돌아왔다’라고 썼는데, 몇 장을 쓰고 나니 자꾸 인물과 거리가 느껴진다.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여 주고 싶어진다.그래서 문장을 바꿔 본다.‘유진은 문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이 문장을,‘나는 문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로 고친다.처음에는 이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이름을 ‘나’로 바꾸고, ‘유진의’를 ‘나의’로 바꾸면 3인칭 원고가 1인칭 원고가 될 것처럼 보인다.그런데 몇 쪽만 고쳐 봐도 문제가 생긴다.문법적으로는 1인칭인데 여전히 누군가가 유진을 바깥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그때 알게 된다.시점을 바꾼다는 것은 주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이야기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는 일이.. 2026. 9. 24.
동화 속 아이의 말투는 어떻게 쓸까|어른스러운 말을 지우는 퇴고 동화를 쓰다 보면 가끔 한 문장 앞에서 멈출 때가 있다.문법적으로 틀린 것도 아니고 뜻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아이의 말처럼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그럴 때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어른인 내가 아이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아이의 마음을 너무 정확하게 설명하거나, 실제 아이가 잘 쓰지 않을 것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른에게는 자연스러운 문장이 아이의 입에서는 갑자기 어색해지는 것이다.처음 동화를 쓸 때는 쉬운 단어를 쓰고 문장을 짧게 만들면 아이의 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여러 편의 동화를 쓰고 고치면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아이의 말투를 쓴다는 것은 말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었다.동화 속 아이의 .. 2026. 9. 13.
동화 제목은 어떻게 정할까|초고 제목이 퇴고하면서 달라지는 이유 동화를 쓸 때 제목부터 정해야 할까, 이야기를 다 쓴 뒤에 제목을 붙여야 할까.나도 동화를 쓰면서 제목을 언제 정하는 것이 좋은지 여러 번 고민했다.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제목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고를 쓰기 전에 임시 제목을 붙여 놓고 시작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쓰고 퇴고하다 보면 처음 제목이 끝까지 남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인물이 달라지고 사건이 바뀌면서 내가 처음 쓰려고 했던 이야기의 중심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내게 동화 제목은 이야기를 쓰기 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쓰면서 함께 찾아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동화 제목은 언제 정하는 것이 좋을까나는 제목이 떠오르면 일단 붙여 놓고 글을 시작한다.처음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 제목이 하나 있으면 아직.. 2026. 9. 9.
합평에서 들은 말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고칠 문장과 지킬 것을 구분하는 법 합평을 앞두고 원고를 내놓을 때는 늘 조금 긴장된다.혼자 쓸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을 다른 사람이 읽고 말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애써 쓴 장면을 두고 부족하다고 하기도 하고,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고 하기도 한다.처음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다 고쳐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하지만 여러 번 합평을 받고 원고를 고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합평에서 나온 의견이라고 해서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대신 내가 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그 의견을 받아들였을 때 이야기가 더 자연스러워지거나 풍성해질 것 같다면 고치는 편이다.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해 주는 말합평을 듣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아, 이건 내가 정말 생각하지 못했구나.’그런 말을 들으면 원고를 다시 보게.. 2026. 9. 8.